로만시스에서 두 번째 사월을 맞이하며
로만시스에서 두 번째 사월을 맞이하며
벚꽃잎들이 함께 놀아달라고 흔들어대는 사월
지난해 이맘때, 생각나는 순간들,
꼭 이맘때였다.
그때도 벚꽃이 내 가는 길을 따라와
함께 가자며 바람에 뒹굴었고,
유채꽃 가득한 들판에서
사람들은 봄을 만끽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나는,
로만시스에 입성한 사월의 첫날을 맞이했다.
로만시스에서의 첫걸음
처음 출근하던 날의 설렘과 긴장,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거대한 기관차 차체를 제작해야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까?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이었고,
부딪히고 깨지면서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몸부림쳤던 시간들이었다.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내 존재의 필요로 인도함을 받은
곳이 바로 로만시스였다.
긴 시간 터널을 지나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사월이 다시 찾아왔다.
한 해를 돌아보며
그동안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했는가?
처음 가졌던 마음을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는가?
익숙해진 환경 속에서 초심을 잃지는 않았는지,
내 자리에서 해야 할 역할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생각한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버거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익숙해졌고,
이제는 로만시스의 일부가 되어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익숙함이 때로는
열정을 무디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익숙함 속에서 자만하지는 않았을까?
다시, 초심으로
꽃잎이 피고 지듯,
우리의 시간도 흘러가고 있다.
변함없는 것은 없다.
그러나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처음 가졌던 마음,
처음 다짐했던 각오,
처음 품었던 꿈—
그 모든 것들이 바래지 않도록,
나는 다시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벚꽃은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피어나고,
철길 위 기관차는 흔들림 없이 제 길을 간다.
나도 그러하기를.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기를.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늘 처음의 나로 살아가기를 다짐한다.
믿음의 사람 답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