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히면서 피어나는 생명 – 질경이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밟히면서 피어나는 생명 –
질경이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 없는 풀, 질경이,
차전초라고도 하는 풀을 본 적이 있습니다.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롭지도 않으며,
꽃이라고 하기엔 너무 소박한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질경이는 굳세게 살아남습니다.
누군가의 관심을 받기보다, 발길에 밟히며 살아갑니다.
질경이는 꽃향기로 벌을 부르지 못합니다.
냄새 때문에 다른 새들도 외면하는 식물이기에
자연의 도움으로는 번식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특별한 전략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뿌리를 내리고,
마차가 지나는 길목에 바짝 엎드려 밟힙니다.
그러면서도 그 발길에, 바퀴에 씨앗 하나 슬쩍 묻혀
자신을 또 다른 땅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더운 곳이면 더운 대로, 추운 곳이면 추운 대로
누구도 가지 않는 길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길을 내고, 뿌리를 내립니다.
그 모습에서 저는
우리의 인생도 그러하다는 것을 배웁니다.
향기 나는 사람이 되지 못했어도,
돋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갈 때가 더 많습니다.
때로는 밟히기도 하고, 잊히기도 하고,
짓눌리는 상황 속에 놓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자리를 통해서도
생명의 씨앗을 심으십니다.
밟힘을 통해 번식하게 하시는 은혜,
지나가는 마차 바퀴에도 인생을 실어
새로운 땅으로 옮기시는 손길이 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하나님은 겸손한 자를 높이시고,
낮은 자를 들어 사용하신다”고요.
오늘도
질경이처럼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하나님이 보내신 자리에서
생명의 씨앗 하나를 품고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그것이 화려한 꽃은 아니어도,
누군가의 발길에 실려
다른 생명을 피워내는 삶이길.
2025년 7월 11일 경주 천년의 정원숲에서
숲정원 설명사 두분의 수고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