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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만난 따뜻한 한 그릇, 모덤돔베 고기국수

by 마음을 읽는 눈 2025.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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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만난 따뜻한 한 그릇, 모덤돔베 고기국수


제주에 도착한 첫날,
허기와 설렘이 동시에 밀려오던 정오 무렵,
우리는 조용한 국수집 하나를 찾아갔다.
‘모덤돔베 고기국수’.
이름부터 왠지 정겨운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차를 타고 숲길을 조금 달리자
잔잔한 풍경 속,
마치 숨어 있는 듯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음식점이라고 하기엔 소박하고 조용한 외관.
그러나 문을 열자,
따뜻한 조명과 나무 향기 가득한 실내가
손님을 포근히 감싸 안았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시간이라 그런지
홀은 조용했고,
우리 가족 넷은 아늑한 한 자리에 앉아
그간의 피로와 허기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모둠비빔국수세트, 고기국수세트, 비빔국수, 물국수.
각자의 취향대로 주문한 국수들은
다 다르게, 그러나 모두 정갈했다.
면발은 탱글했고, 돔베고기는 야들야들.
한 젓가락, 국물 한 숟갈마다
정성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친 후, 건물 뒤편으로 발길을 옮기니
작은 메밀꽃밭이 펼쳐졌다.
하얀 꽃물결이 바람에 살랑이고,
그 사이를 걷는 우리 가족의 웃음소리가
조용한 숲속에 잔잔히 퍼졌다.

그제서야 알았다.
이곳이 김성철 오너셰프의
자가제면 돔베국수 전문점이라는 것을.
면 하나에도 정직함이 깃들어 있고,
국물 한 그릇에도 제주가 담겨 있다.

여행의 시작을
이렇게 따뜻하고 단정하게 열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었다.
제주라는 섬이 우리에게 건넨 첫 인사는,
한 그릇 국수였다.
그리고 그것은,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