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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내버려라"
"잘라버려라"
"폐기해라"
그 말들에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이 움찔거린다.
괜히 예민해지고
숨이 거칠어지고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본다.
중소기업에서 폐기란 곧 손실,
쉽게 버릴 수 없는 현실과
자존심이 얽혀 있다.
정성스럽게 만들었는데
별것 아닌데도 쉽게
폐기해야 한다는 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수고한 이들의 땀도
모르면서 쉽게 하는 말
그건 단순한 판단이 아니라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를
부정당하는 느낌이다.
하중시험용 제작을 할 때,
수없이 솟아낸 그 말들에
시달리고 또 시달렸다.
"이건 폐기해야지."
"그냥 잘라내."
"버려."
그 말들이 밤잠을 앗아가고
해결책을 찾아
머리를 싸매게 했다.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이젠 괜찮을 줄 알았다.
잊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모 부장의 그 말 한 마디에
다시 뜨겁게 반응하는
내 자신을 본다.
아직
내 안에 살아 있는 말들.
아직
끝나지 않은 상처.
그래,
이건 분명
트라우마다.